산후조리 퇴원하면 산모는 우울

한국모자보건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지난 9월 아이를 출산한 임모(29)씨는 산후조리원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를 돌봐줘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고, 제때 식사도 챙겨주는 산후조리원 생활은 편하고 좋았다. 문제는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뒤였다. 갑자기 아이 돌보기에 청소, 음식까지 모두 혼자하려 하니 너무나 버거웠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행복감보다 우울㉯� 더 크다고 고백했다.

해외 유명연예인까지 원정오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출산 문화인 산후조리원. 2008년 조사에서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39%에 달했으며 현재는 절반이상의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가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산후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등에 보다 시달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최소영 경상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와 김민아 삼성창원병원 간호사가 수행한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와 이용하지 않는 산모의 산후 우울, 산후 스트레스, 산후 불편감 및 산후 활동에 대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은 산모가 산후 우울, 산후 스트레스, 산후 불편감 등 모든 부문에 걸쳐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 86명, 산후조리원 비이용 산모 87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산후조리원 이용군(11점)의 산후우울이 그렇지 않은 군(8.4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산후스트레스 역시 180.2점, 171점으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은 산모가 낮았다.

아기 돌보기를 책임지고 일상적인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산후활동 정도 역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은 산모(59.9점)가 이용한 산모(54.9점)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의 경우 육아에 익숙해지는데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는 아기와 같이 있는 시간이 대부분 8시간 미만이며, 모자동실 비율도 적어 모아애착이나 모유 수유, 아기 돌보기 등에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던 산모가 산후조리를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육아와 가사활동을 동시에 하는데 따른 부담으로 산후우울이나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은 산모의 경우 가정에서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남편, 산후도우미 등의 돌봄을 받으면서 아기돌보기와 같은 활동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는 산후휴식을 우선으로 하는 산후조리원의 환경으로 산후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의 역할을 부담스러워하고 결국 산후활동 적응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산모의 신체적, 정신적 측면의 회복을 위해서는 산후조리원의 운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모자보건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장종원 (liberjjw@edaily.co.kr)